일요일 아침..
달콤한 내음에 잠에서 깨어 부엌으로 향했다.
부엌에서는 어머니께서 진득한 잼을 만들고 계셨다.
더운 열기 앞에서 긴 시간과 많은 손이 가야 만들어지는 잼을 말이다.

이번 모임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
루더포드 힐 메를로 2004..

Merlot (메를로) 84.2%
Cabernet Sauvignon (까베르네 소비뇽) 6.6%
Cabernet Franc (까베르네 프랑) 4.2%
Petit Verdot (쁘띠 베르도) 3%
인 아이로 메를로 베이스에 다양한 품종이
블렌딩된 재미난 아이여서 기대가 되었다.

블랙베리, 커런트, 바닐라향이 어우러지며
마치 무슨 잼마냥 진득한 달콤한 향을 뿌려낸다.
향만 맡아서는 이게 드라이한 와인이 맞냐고 생각이 들 것이다.
이러한 짙은 달콤한 향을 맡아봐서 포도쥬스인데.. 라는 생각이 잔뜩 들었다.

입안에 머금었지만 탄닌감이 옅다.
어? 이런걸 기대한게 아닌데.. 라는 당혹감이 스쳤다.
아.. 끓었나? 아니면 시기가 지났나? 라는 생각이...

그러나 그 생각은 기우였다.
루더포드 힐 까베르네 소비뇽 2002를 마시고 나서
입을 행구고 다시금 맛을 봤을땐 이게 아까의 그 아이가 맞나? 라는 생각이 들었다.

부드러운 탄닌감과 라이트바디..
둥그러운 탄닌이 떠있는데 탄닌이 매끄럽게 혀위를 떠다닌다.

베일것 같은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
그러한 야누스적인 와인이다.

루더포드 힐 메를로를 왜 마셔보는걸
추천했는지 마셔보니 그걸 느끼겠다.

매번 새로움에 도전하고, 그 도전에서
색다르게 멋지고 좋은걸 찾아내는 재미에
이 아이들을 만나는걸 그만둘 수 없다.
Posted by Arkanoid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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